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氣

[스크랩] (하늘공원) 은빛 억새밭에서 잠시 나를 잊는다

차랑재 2006. 10. 12. 10:56
여행지
하늘공원
여행기간
2006. 10. 2.
나의 평가
아주 좋아요! 아주 좋아요! 아주 좋아요! 아주 좋아요! 아주 좋아요!
하늘공원에 올라 나를 잊는다

드높아진 하늘과 붉은 빛으로 잦아드는 가을 석양은 마치 한편의 시처럼 우리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다.

누군가가 그랬다.

단 하나의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가을은 이미 시작된 거라고...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더니 그 말이 맞기는 맞는가 보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려고 하늘공원에 오른다.

온통 갈색이다.

은빛으로 빛나는 갈색.

가을은 갈색에서부터 오는 것이 틀림 없다.

바람이 분다.

가을바람이라는 놈은 사람을 허전하게 만들고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얼굴 가득 바람을 마중하며 걷는다.

혼자라도 좋다.

둘이라면 더욱 좋다.

파란 하늘아래 눈앞으로 다가오는 북한산과 끝없이 펼쳐진 억새 평원 속에서 간간이 코스모스를 보듬으며 한 없이 걷고만 싶다.

갈대 속으로 노을이 진다.

황혼의 마지막 아름다움처럼 붉은 석양은 슬픈 아름다움이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외로움?

그렇다.

사람의 마음엔 누구나 빈 자리가 있다.

그 빈자리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생겨나나보다.

그럼 나의 빈 자리는 언제 누가 무엇으로 메워줄까? 

기대해 볼 만하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한층 더 성숙해짐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성 싶다.

삶 속에서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좀 더 인간적인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라고 한다.

외로움과 허전함이 전혀 무의미하지 만은 않은 것이다.

억새밭 사이로 해가 기울어 간다.

석양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든 억새가 바람따라 이리 쓸리고 저리 몰려간다.

억새의 군무는 노을이 짙어질수록 술에 취한 듯 더욱 현란해져만 간다.

그 속에 서 있는 나 또한 취해서 어지럽고 아찔하다.   

계양산 너머로 붉은 가을이 넘어 간다.

차마 마주보기가 두렵고 벅찼던 태양은,

강렬한 빛을 갈무리하고 오늘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한다.

홍조 띤 하늘 아래 억새도 옷을 갈아 입는다.

내일을 기약하는 해는 오늘과 다름없이 다시 떠 오를 것이다.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재빨리 어둠속으로 파고 든다.

어디선가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볼품없는 낙옆이 이리저리 뒹군다.

어둠을 부여잡고 마지막 붉은 빛을 토하는 하늘에,

어느샌가 달이 저만치 떠올라 있다.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저 달과 같이 그냥 흘러가보자.

어둠이라는 놈은 어느새 소리도 없이 하늘공원을 점령하곤 나를보고 나가라고 한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거닐며 잠시 나를 잊었었다.

이제 다시 일상속으로 내려가 보자.

만남은 헤어짐을 위해 마련되듯,

하늘공원 억새야!

이제 너와 헤어지자꾸나.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엄대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