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氣

[스크랩] 그의 미소는 지금껏 내 안에 남아 있어

차랑재 2006. 10. 8. 09:09



다들 어디로 갔는지......
법당에 홀로 기도를 하니
적막이 나를 에워싼다.
그 사이를 바람이 휑하니 찾아와
시린가슴 더 시리게 툭 건드려놓고
일없다는 듯이 사라지곤한다.

주욱 늘어서서 기도하던 도반들이
문득 그리워진다.
내일은 오겠지....

인생은 바람같은 거라고 했는데,
머물지 않고 쉼없이 흘러가는
강물같은 거라고 했는데....
그래 맞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여기 머무는 이도 매일 다르고
어제와 오늘의 나도 다르지 않은가?

인생이란 매일 변하며
어떤 것은 사라지지 않는가?
어차피 인생은 홀로 와서
잠깐 머물다 홀로 가는 것
묵묵히 내안의 나를 벗삼아야 하리라.

내일은 좀 더 의연해질 나를 생각한다.

[2006년 10월 7일의 짧은 일기]





여기는 화랑교육원과 통일전이 있는
경주 동남산 자락의 보리사이다.
지난 여름 동료 선배님이 이끄는대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찾아간 곳이다.
초입의 깔끔한 길과 새 단장한 종각을 보며
세운지 얼마되지 않는 절인가보다 생각했다.





길가에 함초롬히 피어있는 수국이 있어
내가 먼저 달려가 반갑게 손을 내밀어본다.





작고 아기자기한 듯 곱게 생긴
여인네를 연상시키는 예쁜 종각이다.
사방이 하얀 화강암으로 에워싸고 있고
낮으나 튼튼한 두짝의 문이 달려있어
아무나 함부로 울리지마라는
경종의 뜻이 담겨있는 듯 느껴진다.





새로 지은 듯한 대웅전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 보다도





대웅전 뜨락의 화단에 핀 꽃들이
더 나를 마음 조급하게 만든다.
예쁜 모습을 봐 달라는 듯
꽃잎을 활짝 피워 꽃술을 드러내놓고
부끄러운 듯 고개 숙여있는 나리다.

음 ~~~ 네 얼굴에 나 있는 주근깨마저도 예쁘구나.





봉선화, 도라지, 백일홍 그리고...
이들은 어떤 얘기 나누며 살까?
그들도 때로는 한 곳에서 지내는게 지겹겠지?
그래서 다른 곳으로 가보고 싶을때도 있을거야.

우리처럼....





우측으로 고개돌리니
하이얀 고무신 두켤레가 다정스레 놓여있는
스님의 요사채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비구님 스님 절인가보다.





화단 앞에 서 있는 삼층석탑이다.
상륜부는 손상이 되었는지 고친 흔적이 보인다.
그래도 탑신부와 기단부는 오랜 시간동안 잘도 견디며
곱게 보존되어 있어 대견스럽기까지하다.





작은 텃밭에는 가지와 오이,
고추가 부담없이 자라고
나무로 지은 창고 위에 핀 능소화가
한결 고즈넉한 절의 운치를 더해준다.





돌담 옆에 고개 내민 능소화도 멋스럽다.





대웅전 옆의 삼성각 앞에는 소나무 세그루가
서로 하모니를 이루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하나는 곧게, 또 다른 하나는
약간 굽어진 모습으로 옆에 비껴 서있고,
또 다른 하나는 한껏 교태 부리듯
몸을 비틀어 옆으로 고개 내밀고 서있는 모습들이
마치 의도적인 자연미를 느끼게 해준다.





아니, 저기 저쪽에,
오호라! 그랬었구나.
여기로 나를 이끈 이유가...





계단을 몇 단씩 성큼성큼 올라 다가가니
자애로운 미소로 살며시 반기는 분이 계신다.





신라시대 불상 중 가장 완전하며
아름다운 불상으로 알려진
석조여래좌상이라고 한다.





따뜻하고 자비로운 모습에 이끌려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다.





한바퀴 돌고 또 돌아 위로 올려다보며
그의 잔잔한 부드러움에 매료된 나를 발견한다.





손모양은 항마촉지인인데
근엄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작고 연약해 보인다.
하늘한 옷자락의 느낌을
자세히 묘사하려고 했던 것일까?
가느다란 평행선이 많이 보인다.





석불의 모습 살펴보니,
높이 솟아 있는 육계
부드러운 미소 머금은 가느다란 눈
풍부하며 크고 오똑한 콧날
윤곽이 뚜렷하고 도톰한 입매를 갖추고있어
차디찬 돌로 만들었지만 살아있는 듯
마치 따뜻한 위로의 말이라도 하실 것 처럼
포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한 것은
아마도 그의 미소 때문이리라.

광배 앞부분 또한 화불과 보상화
그리고 당초무늬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석불의 자애로운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총 높이 4m, 불상 높이 2.43m,
광배높이 2.7m인 이 석불의 제작연대는
통일신라 시대인 8세기 후반으로 추정하며
현재 보물 제136호로 지정되어 있다.





광배 뒷면에는 세월 속에 마모되어 희미하나
중생들을 모든 질병에서 구제한다는
동방세계 부처인 약사여래부처님을
가는 선각으로 새겨놓았다.





저런 미소 가지려면......
묵묵히 기도하며
끝없이 나를 버리면 될까?





너무나 반듯하고 아름다운 팔각 연화좌대





기왓장 얹은 나즈막한 흙담도 정겨웁다.





세 그루의 소나무는 한참을 머물러 있는
일행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처음 들어설때와 달리 보이는 보리사다.
모든 것이 정겹고 따사하게 느껴지는 것은
석불의 미소가 곳곳에 번져나기때문이리라.





푸르르게 빛을 발하는 풋풋한 잔디밭에 앉아
정담을 나누고싶어진다.





못내 아쉬워,
그 미소 오래 간직하고파
자꾸 자꾸 돌아보며 내려왔다.

또 절 남쪽 산허리로 난 오솔길을 따라
35m쯤 가면 바위에 새긴 마애석불이 있다는데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옮겼다.
출처 :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글쓴이 : 사립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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