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氣

[스크랩] 영흥도로 떠나는 가을 낭만여행...

차랑재 2006. 9. 27. 09:10


 

 


 
★ 물빠진 갯벌의 풍경.
 
 
또 다시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벌써부터 단풍시즌을 예상하는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니 어쩌면 가을 깊숙히 들어온 것도 같습니다. 지긋지긋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 가을이란 녀석은 정말 소리소문도 없이 찾아와 아무도 모르게 자리를 찾고, 또 조만간 소리없이 쓸쓸하니 찬바람만 놓아둔 채 떠나갈 겁니다.
 
 

 
★ 이것이 바로 그 맛있다는 '전어'입니다
 
 
가을이 찾아오면 미식가들이 꿈에서도 그리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전어입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별미중의 별미라는건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 덕인지 가을내음이 솔솔 풍기는 이 맘때 쯤이면 전어굽는 냄새로 뭇사람들을 유혹하는데 저도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전어를 맛보기 위해 떠났습니다.
 
대부도를 따라 선재도를 거쳐 들어가는 영흥도... 영흥도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자 고려의 왕씨 후손들이 이곳으로 피난을 오게됐고, 영흥도에서 가장 높은 국사봉에 올라 한양을 바라며 고려가 다시 흥하기를 신령께 기도를 드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영흥도까지는 3개의 섬을 한걸음에 내달릴 수 있도록 연륙교와 연도교가 걸쳐져 있습니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머리를 산발로 만들 정도로 강했고, 시원함을 지나쳐 서늘함이 연신 느껴졌습니다.
 
 
 
★ 카리스마 넘치는 장경리 해변...
 
 
영흥도에는 해수욕장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는 장경리 해수욕장이고, 다른 하나는 십리포 해수욕장입니다. 장경리 해수욕장에는 바다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연신 불어오고, 인적도 그리 많지 않은 한적함이 한껏 묻어나는 곳이었습니다. 갯벌위에 내려앉은 갈매기들은 머나먼 바다를 응시한 채 꼿꼿이 서 있고, 갯벌위에 뭇 생명체들은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하나같은 동작과 함께 굴속으로 숨어버립니다.
 
 
 
 
★ 섹시 S라인보다 훨씬 아름다운 갯벌의 S라인
 
 
맞바람을 맞으며 한없이 펼쳐진 갯벌을 지나 바닷물이 일렁이는 곳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자갈이 지천에 널려있고, 모래와 진흙으로 이루어진 갯벌이어서 간혹가다 푹푹 빠져 신발을 버리기도 했습니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는 요염한 S라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이 점점 빠져나가면 뱀이 지나가는 듯 S자모양의 물길이 갯벌위로 드러나고, 그 물길을 따라 서서히 남겨진 바닷물이 서해로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갯벌위로 모습을 드러낸 물길은 마치 'S라인 몸매'를 연상케 합니다.
 
 
 
 
★ 십리포 해수욕장... 저 멀리 보이는 곳은 인천 송도랍니다..
 
 
장경리 해변에서 허허롭고 한적한 바닷가를 거닐었다면 인근에 있는 십리포해수욕장은 흐린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 찾는 곳이어서 장경리와는 사뭇 대조적이었습니다. 찰랑찰랑 해변을 적시는 바다는 그리 맑은 편은 아니었지만 길게 뻗어있는 해변과 잘 어울렸습니다.
 
 
 
★ 십리포 해수욕자의 방풍림 역할을 하는 소사나무 군락
 
 
십리포 해수욕장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소사나무 군락이 있는 곳입니다. 소사나무는 뒤틀리고 엉킨데다 울퉁불퉁한 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분재용으로도 많이 쓰인다고 하며, 예전에는 소사나무 군락아래에서 휴식을 많이 즐겼다고 하는데 보호차원인지 소사나무들을 철책에 가두고 말았습니다.  
 





 
★ 십리포 해변의 모래사장을 달릴 ATV(사륜 모터바이크)
 
 
십리포 해수욕장에는 정겨운 풍경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낚시를 즐기기도 하고, 중년의 부부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넉넉한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강한 바닷바람이 계속되자 여인를 위해 외투를 벗어 감싸준 뒤, 살포시 어깨를 감싸 안고 정겹게 바라보기도 합니다. 어린 딸과 함께 ATM을 타고 해변을 달리는 아빠도, 모래사장에 앉아 여유로운 휴식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젊은이들, 뒷짐진 할머니의 경직된 시선도 그곳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누는 바다의 모습은 모두 같진 않지만, 그들은 바다를 기억하고, 그리워할 겁니다.
 


 
 
 
★ 영흥도 수협 직판장의 수조에서 노니는 녀석들...
 
 
늦은 아침에 두 해수욕장을 돌다보니 어느덧 오후 2시가 훌쩍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선재도 수협직판장이 문을 열지않아 영흥도 수협직판장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바다에 와서 해산물을 맛보려는 사람들과 흥정을 버리는 사람들로 직판장 내부는 떠들썩합니다. 수조안에는 수많은 해산물로 넘쳐나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생명들의 잡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여기저기서 느껴졌습니다.
 
 
 
★ 영흥도 수협 직판장의 풍경
 
 
군침을 흘리며 이곳 저곳에서 싱싱함을 눈요기하다 전어를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리라도 더 달라는 일행과 많이 주는거라며 목소리 높이는 아주머니와의 재밋는 실갱이가 이어지고, 어느덧 상에 오를 전어들이 물 밖으로 건져졌습니다. 전어와 함께 조개구이 한접시와 여러 횟감들을 고르고 난 뒤 느껴지는 포만감에 그저 즐거워집니다.

 


 
★ 수협 직판장 뒷편으로 보이는 바다풍경
 
 
영흥도 수협직판장 뒷편은 바로 바다가 보입니다. 바다 위로 거대한 송전탑이 긴 전선들을 늘이며 서 있는데, 그 모습이 무척 특이했습니다. 늘어선 송전탑은 사이로 서해 특유의 짙은 회색 물빛이 일렁이고, 그 물살을 가르며 여객선 한 대가 여유있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흰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에 여유가 새록새록 깃들어 있습니다. 아예 좌석을 난간으로 내어 시원한 바닷바람 한줄기를 안주삼아 술 한잔을 기울입니다.
 
 
 
★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
 
 
드디어 전어가 구워지고, 듬성듬성 잘라만든 회까지 나왔습니다. 전어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던 바로 그 구수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고, 구운 전어 한마리씩을 입에 문 사람들의 입가에 감탄과 즐거움의 웃음이 넘쳤습니다. 빨간 초장에 묻혀진 전어회로 분주한 젓가락질이 이어지고, 누구라고도 할 것없이 소주잔 깨질 듯이 건배를 합니다. 맛으로 바빴던 입은 이제 즐거운 이야기로 더 바빠졌습니다.
 
전어를 먹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씹을수록 고소하다였습니다. 입속으로 점점 퍼져나가는 고소함이 바로 이 전어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한 상 가득 올려졌던 전어와 해산물들이 빈껍질로 너저분해지고, 소주병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소주병을 세는 사람들의 표정은 놀람으로 가득 합니다. "언제 저렇게 다 마셨데??"








 
 
★ 영흥도의 아름다운 일몰...
 
 
직판장을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달려가 바라본 서해의 풍경은 너무나 정열적인 하늘과 땅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늘도 붉고, 물빠진 갯벌도 붉게 물들었습니다. 하늘에 걸쳐진 구름은 굵직한 조연인 듯 아름다운 노을풍경에 크게 일조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영흥도의 하루는 그렇게 가고 있었습니다.
 
출처 : 모놀과 정수
글쓴이 : Happy4U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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