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 문화제 사적지로 지정된 보원사지는 3만여평의 광활하다 할 만큼 좌우 머리를 돌려 두눈을 부라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창건연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으나 백제시대인 550년 경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지금 보원사지는 문화제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서산마애삼존불상이 있는 용천골 식당 입구에서 1.5킬로 쯤 위로 올라가면 보원사지터가 나온다.
오르는 길가에는 단풍나무와 느티나무가 초병이 열병을 한 모양으로 있고 드문 드문 민박집과 식당이 점처럼 박혀있다.
보원사는 과거 1,000여명의 승려가 기거할 만큼 그 기세가 대단했다고 한다.
지금은 당시의 기세는 찾을 길 없지만, 능히 넓다란 터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보물로 지정된 석조는 당시 사찰 식구들의 그릇을 닦거나 쌀을 씻을 때 사용 하였하였다고 한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아이의 작은 수영장으로 쓰여도 부족함을 느끼지 모를 정도다.
384센티에 175센티로 화강암 원석을 파내어 만들었다고 하니 원석을 파낸 손길도 얼마나 고단했을까 금방 짐작이 된다.
보원사지에 보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다섯 중 하나인 당간지주는 보원사지의 알림이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앞에서 당간지주를 보니 당간지주의 당당함이 장군처럼 우뚝 하늘로 솟아나 있어 잠시 나를 주춤하게 한다.
그렇지만 그도 잠시 여기저기서 찌르르~~툭 툭 소리가 들린다.
머리를 돌리니 여치와 메뚜기가 나잡아봐라 놀이를 하고 있다.
그렇게 이곳에서 당간지주는 한 발자국도 움직임없이 천년을 넘도록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을 보냈을 것이다.
그 지조와 위엄을 생각하니 순간 내 마음 한켠에는 당간지주에 존경과 감동의 일렁임으로 한 자릴 내어 준다.
보원사지 5층석탑은 탑신 기단에는 조각상이 수려하게 조각이 되어 있다.
부처의 사리장치를 목적으로 세워졌다고 하는데, 모양이 아주 갈끔하다.
법인국사보승탑은 고려초 975년 탄문국사가 입적하고 고려 임금 광종의 지시로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금방이라도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은 수려한 조각이 눈에 띈다.
법인국사보승탑비는 고려초 탄문국사의비이다.
고려 경종의 지시에 의하여 978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여기저기 넓게 점점이 흩어져 말뚝처럼 박혀 있는 보물을 찾아 발굴하는 작업이 현재 한창이다.
발굴 현장 곳곳에 무덤처럼 쌓인 조각난 기와장을 보니 그 크기를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이제 많은 귀한 우리 문화재가 풀더미와 흙에 뭍혀 단절되어 세월을 견디어 온 것들이 밝은 해를 보게 될 것이다.
늦었지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개심사를 처음 찾아 왔을 때의 느낌과 지금의 나는 분명 다른 느낌으로 개심사를 맞는다.
고즈녁한 여름 날 저녁과 싱싱한 결실의 가을 아침에 맞는 느낌이 달라야 하기에 그럴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계절 다르지 않는 노적송은 마찬가지지만 왜 그런지...
내 마음과 몸이 하루가 다르게 달랐을 뿐이다.
하루가 더해가면서 이리도 다르게 늙어만 가는지...
일주문을 들어서면 이렇게 우거진 숲길을 걸어야 한다.
의무감에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욕심으로 걸어가고 싶어진다.
개심사에 오르는 길은 온통 돌과 흙뿐이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것이 아닌 것이 얼마나 더 미끈하게만 느껴지던지....내가 개심사가 좋은 것은 어쩌면 자연에 가깝게 놓여진 돌계단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푸름과 마름...어림과 늙어짐...의 조화를 보여주는 나무.
미래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개심사....의 고목나무 한 그루....가 왠지 내게는멋스럽게만 보이는지...나도 이제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다감한 정을 느낄나인가 보다.
나무의 휘어짐을 그대로 지붕과 잇닿아 지은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조화롭고 ..점점이 박힌 돌과 창문은 또 얼마나 어울림 그대로인지.... 흙 벽의 질감도 또한 마찬가지다.
개심사의 대웅보전은 아쉽지만 현재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 번에는 산신각을 둘러 보지 않고 발길을 돌려 왔었는데, 문득 산신각의입간판을 보고 좁다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이리도 아름다운 산신각을 하마터면 보지 못할뻔 했다는 생각에 얼마나 다행이고 기쁨이던지...
개심사를 내려오다가 숲이 내게 말을 건다.
툭,,,타닥... 스르륵..바사악...
언제는 도토리가 내 귀를 간지럽히고,
언제는 잘 익은 아람이 나의 말 멋이 되어준다.
그리고....
오랫만에 만남....
뱀...이다.
작은 놈이기는 하지만 이맘때면 독을 제대로 품고 있을 것이다.
참 오랫만에 보니 오히려 오랜 친구를 만난듯 반갑기만하다.
잘 봐야 보인다.